아직 자취를 시작하지도 않았다. 그런데 왜 이렇게 살 것도 많고, 준비할 것도 많은지 모르겠다. 하나부터 열까지, 짐이 너무너무 많다. 시작도 하지 않았는데 벌써 지쳐버린 기분이다. 자취방에 가서 물건들을 정리하고 방청소를 할 생각에 벌써 질려버린 것 같다.
1명이던 4명이던 모든게 다 필요한 것 같다. 주방도구, 식재료, 청소도구부터 옷까지 대충 몸만 들어가서 살면 되겠지라는 말도 안 되는 상상을 했었다. 걔다가 본가에 가끔 내려온다는 생각을 하니 모든 짐을 다 가져갈 수 없고, 완벽한 비율로 짐을 나눠 꼭 필요하지만 언젠간 내려오게 될 본가에서의 주말 생활을 위해 본가의 방도 정리를 어느 정도 해놓고 가야 한다.
어제 새벽 아빠와 일찍 용인의 장례식장을 다녀오는 바람에 잠자는 스케줄이 무너졌다. 백수생활을 하는동안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것이 습관이 되었는데, 오래간만에 새벽에 일어나니 몇 시간 자지 못했고, 집에 돌아오자마자 씻고 6시에 자서 새벽 4시에 일어나 밥을 두 그릇 먹어치웠더니, 없었던 감기도 생긴 것 같고 몸상태가 정상이 아닌 것 같다.
오랜만에 새벽의 고요함을 맑은 정신과 병든 것 같은 몸으로 느끼기 새로운 기분이 드는 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 오늘따라 유독 서울로 올라갈 생각을 하니 진절머리가 나는것 같다.
대부분의 대학생들과 청년들이 나와 같이 타지로 나와 자취 생활을 하며 살아간다는 사실이 굉장한 충격으로 다가온다. 그래도 나는 수월하게 준비를 마무리했다고 생각을 한다. 물론 아직도 조금 비싸다고 느껴지는 월세와 계약기간이 부담으로 다가오는 것은 사실이지만, 지금 걱정한다고 해서 해결되는 것도 아니니 마음 한구석으로 걱정을 미뤄보려 한다.
나에게 지금 위안을 주는것은 어찌 되었건 회사에서 일주일만 근무를 하면 추석 연휴가 다가온다. 추석이 되는 못 봤던 이들의 얼굴을 보고, 맛있는 큰 엄마표 음식도 먹을 수 있다.
앞에서 소개하였지만 간헐적 단식을 하고 있는 나에게는 유일하게 허락된 치팅데이이다.
새벽에 글을 쓰니 주제 없이, 두서없이 글을 쓰고 있는 생각이 든다.
어찌되었건 다시 자취로 돌아가보면, 현재 나의 우선순위는 짐을 싸고 매트리스를 주문하는 것이다. 방이 좁다 보니 건물주님께 침대 프레임을 치워달라고 요청하였고, 덕분에 조금이나마 방이 커 보인다. 나는 자칭 극한의 미니멀리스트이다. 부모님께서는 하나라도 더 챙겨 보내고 싶어 하시고, 나는 하나라도 덜 가져가고 싶은 마음이다.
언젠간 소개하게 되겠지만, 나는 고등학교, 대학교를 다니면 수없이 많은 이사를 해왔고, 그때 생긴 결벽증과 많은 짐에 대한 극도의 스트레스로 인하여 짐을 많이 가지고 사는것을 극도로 싫어하며 실제로 나의 방을 보는 사람들의 첫 반응은 마치 아무도 살지 않는 방 같다는 소리를 자주 듣곤 한다.
지금 본가에서 요리조리 머리를 굴려보아도 방 배치에 대한 답은 나오지 않는다. 메트리스등 짐을 모두 옮긴 시점이 되어야 정리가 가능한다.
자취가 설레이는 사람이 있다고 하지만, 나는 전혀 그렇지 않다. 귀찮을 뿐이다. 혼자 생활을 하다 보면, 무엇인가 달라질 수도 있을 것이다.
현재 나는 집에서 휴식을 취하며 운동만 하루에 1시간 조금 넘게 한다. 일을 시작하면 저녁에 6시에 퇴근을 한다고 가정하였을때, 7시에 바로 운동을 시작하여도 씻고 나면 9시, 이것저것 집 정리를 하면 11시, 다음날 출근을 위해 다시 6시에 일어나면 나의 하루를 변화 없는 굴레로 빠져드는 것이다. 직장인들에게 휴일이 왜 달콤한 것인지를 다시 한번 보여주는 것 같다.
예전 회사에서 인턴 생활을 할때도 마찬가지였지만, 출근하는 것 역시 굉장한 칼로리 소모이며, 나 같이 땀을 많이 흘리는 사람들에게는 매일 아침 곤욕을 치러야 한다.
예민한 나의 몸아, 부디 건강히 잘 버텨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