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사키 후미오, 친구 놈이 선물해 준 책 "나는 습관을 조금 바꾸기로 했다"의 작가이다. 며칠 전 집에 쳐들어온 친구 놈 O 이 놓고 간 책이다. 자신의 인생을 바꿨다고 하며 꼭 읽어보라고 했다. 내가 세상에서 가장 싫어하는 책이 바로 자기 개발서이다. 똑같은 소리를 도돌이표처럼 반복하는 자기 개발서를 왜 읽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나는 요즘 일주일에 한번 친구들과 영상 통화를 하며 독서 토론을 한다. 풋살과 맥주를 즐기는 20대 중반 남자 놈들이 모여 영상을 켜고 책에 대하여 토론을 한다는 행위는 굉장히 이례적인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흔히 '대전 얼간이들'이라고 칭하는 놈들은 책 따위를 보지 않는다. 나는 확신한다. 절대 보지 않는다. 유튜브 동영상을 켜는 것도 귀찮다고 할 놈들이다.
얼마 전 그중 한 명인 S는 나에게 책과 글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하였다. 나는 대전 얼간이들 중 유일하게 책을 읽고 글을 갈기는 사람이다. 나는 내가 왜 글을 쓰기 시작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별생각 없이 시작했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나도 게으른 인간이기에 하루에 한 시간을 일기 쓰는 데 사용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뭔가 무의식 속 글을 써야만 했거나,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변화를 느꼈기 때문에 지금까지 글 쓰는 것을 이어오고 있는 것이다.
S는 꽤나 굴곡있는 10대와 20대를 살고 있다. 부모님께서 이혼을 하셨으며, 고등학교를 자퇴하여 검정고시를 보았으며, 지방대학에서 1년 반 물리치료학을 공부하다 그만두고 2년 트레이너 생활을 하다 22년 모든 것을 정리하고 1년 재수를 하여 다시 물리치료 학과에 입학하여 올해 3월부터 학교를 시작한다. 26세 조금은 늦은듯해 보일 수 있는 신입생이다. 놈은 교회를 다닌다. 친구들은 놈을 '교회쟁이'라고 부른다.
교회 친구들과 축구를 하고 교회사람들에게 조언을 구하기 때문이다. 이유가 어찌되었건 놈은 교회에서 만난 지인의 조언으로 얼마 전부터 책을 읽으며 블로그를 쓰는 방법을 배우고 있다고 했다. 개인적인 소신을 내비치자면 블로그를 쓰는 방법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물론 마케팅의 목적, 광고를 통한 수익의 목적을 가지고 있다면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SEO를 통한 검색 최적화를 하여 조회를 높이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진정으로 자신이 글을 즐기는 것이라면 글쓰는 방법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냥 생각나는 대로 갈기면 되는 것이다.
요즘 들어 김영하 작가의 말이 계속해서 머리속에 맴돈다.
"규칙적이고 꾸준히 무엇인가를 하다보면 영감이 택배기사처럼 찾아온다."
M사에서 CEO 와 면담을 할 수 있었던 이유, 계속해서 글을 쓰다 보니 알 수 없는 영감으로 꽉 차는듯한 느낌을 받는 것까지- 한 가지를 계속해서 하다 보니 어느 순간 알 수 없는 기회와 영감이 찾아왔던 것 같다.
여느 때와 같이 제목과는 전혀 없는 이야기를 하다 보면 내가 무슨 내용의 글을 쓰고 있었는지 까먹을 때가 굉장히 많다. 다시 독서 이야기로 돌아가 보면 세상에서 가장 읽기 싫은 자기 개발서를 선물 받았다. 다른 사람에게 추천을 받았으면 지금쯤 라면 냄비 바침으로 사용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20년 지기 친구 놈이 자신의 인생을 바꾸어 놓은 책이라고 하니 한번 읽어보았다. 자기 개발서의 장점이라 하면 꽤나 읽기 쉽다는 것이다. 나는 이시구로를 좋아하지만 모든 페이지가 머릿속을 하얗게 만들어 버린다, 읽기가 너무 어렵다.
나는 책을 굉장히 더럽게 보는 편이다. 밑줄과 동그라미를 치며 구석에 팬으로 생각하는것을 끄적이는 것을 좋아한다.
결론만 말하자면 책의 내용은 예상했던것처럼 너무나도 재미가 없었다. 다만 책을 끝낼 수 있었던 원동력은 바로 작가가 묘사한 자신의 모습이 나와 너무 비슷했기 때문이다. 내가 처음 이시구로의 스티븐스 씨 와 게츠비를 좋아했던 이유는 그들의 행동양식, 성격, 모습이 나와 너무 비슷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자기 개발서에 자신의 현재 모습을 꽤나 자세하게 묘사한 작가는 그렇게 많지 않았던 것 같았다. 그가 묘사한 모습은 정말 나의 모습을 빼다 박은 것 같았으며 심지어 그가 서술해 놓은 하루 스케줄은 요가매트에서 스트레칭을 하는 것을 제외하고 거의 동일했다.
- 혼자 살고 있고 글쓰기를 업으로 삼고 있다
- 도서관으로 '출근'을 한다
- 도서관에서 '퇴근'
- 원고와 블로그 글쓰기
- 메일 답장
- 운동하기(무라카미의 루틴을 생각나게 한다, 매일 달리기를 하며 정해진 양의 원고만을 쓰고 영감이 남아도 내일을 위해 남긴다)
- 동경하던 '자유' 와 '시간'을 얻었다
- 집 근처 온천에 갔는데 전혀 즐겁지 않았다
- 항상 깨끗한 방은 내가 우울함의 밑바닥까지 떨어지지 않도록 해주는 안전망이 되었다
- 가장 절박하게 필요할 때 처분했기 때문에, 그 후에도 그 물건이 없는 상황을 견딜 수 있었다
- 미니멀리즘에서 시작된 청소
- 자신을 관찰하는 일기를 쓴다(나종호 박사의 말을 생각나게 한다 "스스로에게 처방전을 내린다")
- 계속 쓰려면 잘쓰려고 하지 말고 그냥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드라이하게 써야 한다
- 같은 일상의 사실이 쓰여있다. 한 편의 멋진 에세이가 나올 만큼 인상적이거나 특별한 일은 매일 일어나지 않지만 사실적인 일은 매일 일어난다.
- 기르던 고양이를 보며 자주 '너는 좋겠다' 라고 말을 한다(요즘 친구들 사이에서 '저놈이 제일 부럽다'라는 말을 자주 사용한다.)
- 완벽주의자는 만족할수 있는 것을 발견하면 기쁘지만 그것을 위해 지불하는 심리적 물리적 대가가 크다. 해야 할 일을 하지 못했을 때 바로 침울해지는데 자신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 도파민이 많이 분비될깨는 예상외의 무언가를 만나거나 지금까지 해본 적 없는 행동을 할 때 즉 새로움을 느꼈을 때라고 한다.
- 보람 있는 일을 하지 못하고 빈둥거리면서 보낸 하루의 끝에 불안이 찾아왔다
- 불안할때 달리면 혈류량 증가, 도파민, 코르티솔의 도움을 받는다. 기분이 좋아지고 문제 해결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정도 될것 같다. 그 어디에도 자기계발에 관한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작가가 나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 같아 재미있었을 뿐이다.
오늘도 역시 독서 토론을 하는 날이다. 우리는 같은 책을 읽고 토론하지 않는다. 자신이 읽고 싶은 책을 마음대로 읽고 질문을 가져온 다음 그 주제에 대해 토론을 한다. 오늘도 의미 있는 토론의 장이 열리기를 바라본다.